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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29 15:57 조회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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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淡淡)하면 총명해진다
 
김동현(농화학79)
담담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인생의 신조로 삼는 말 중 하나가 ‘담담(淡淡)한 마음’이다. ‘담(淡)’자는 ‘물 수(水)’ 변에 ‘불 화(火)’ 자가 두 개가 겹쳐있다. 불과 물은 상극인데 하나의 글자로 모아져서 ‘맑다’는 의미의 한자어가 된다. 물과 불이 만나면 강하고 기가 센 불도 한 자락의 연기만 남긴 채 스러지고 만다. 그런데 그 단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30대 중반에 개인 사업을 하던 시기였는데, 어느 날 현대 서산 간척지에 업무 차 간 적이 있었다. 서산 간척지에는 그 조성 공사와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다. 둑을 막는 공사 막바지에 좁아지는 둑의 공간 때문에 물이 흐름이 빨라지자 메우는 흙들이 물살에 쓸려가고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둑을 메우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을 때 정주영회장이 기막힌 발상을 내놓는다. 조선소에 있는 폐선을 끌어다 좁아진 공간에 막아 세움으로써 물살의 흐름을 차단하고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지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그날 그곳에 갔을 때 폐선으로 막은 자리에 돌로 세워진 기념비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가 아마도 1996년쯤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서산간척지에서는 주로 논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땅에 염분 농도가 높다 보니 일반 논에서는 보기 힘든 ‘매자기’라고 하는 잡초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매자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고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나의 방문 목적이 매자기 잡는 법을 제안하고 시험을 의뢰하러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일로 서산 간척지 A지구 사무실에 들렀는데 우연히 사무실 벽에 걸려있던 정주영회장의 친필 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나는 쇠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 큰 울림을 받았다.
글은 ‘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라는 글귀였다. 세련된 서체는 아니었지만 획 하나하나에 힘이 느껴지는 친필이었다. 당시 나는 하고 있는 사업이 엄청나게 꼬일 때였다. 마음은 피폐하고 온갖 걱정거리로 머릿속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사업도 어려웠고 마음과 생각이 담대하지도 여물지도 못하다 보니 그 고통과 번민을 고스란히 얼굴의 표정에 달고 다녔다. 가족들에게도 말 한마디가 곱지 않았기에 집사람이 가장 힘들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액자 속의 글을 보는 순간 나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총명해서 바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내 처지를 빗대어 얘기한 듯한 그 말의 느낌이 그대로 마음으로 닿은 것이다. 당시의 초라하고 궁색한 나에게 ‘왜 그리 바보처럼 중심을 못 잡고 어지럽게 사느냐’고 꾸짖는 말 같았다. 사람들은 보통 오 만가지 걱정을 안고 산다고 한다. 매일매일 걱정과 불안으로 속앓이를 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오만 가지 걱정 가운데 대부분이 부질없거나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것이란다. 사람들은 생기지도 않을 일이나 이미 일어난 일, 아주 사소한 일들을 걱정거리의 96퍼센트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기저기 교통사고가 매일 끊이지 않고 일어나지만 개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극히 낮은 사고의 개연성 때문에 두려워서 운전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가둬놓는 꼴이 될 것이다. 걱정거리와 번민으로 머리 속이 어지러워지면 아무리 머리가 좋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그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는 말은 생각 없이 편한 대로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방향성을 만드는 적극적인 말이다. 현명하게 문제의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정리한 후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유명한 삼국시대의 제갈량은 54세가 되던 해에 8살 아들을 가르치기 위한 글을 남겼는데 이를 「계자서(誡子書)」라 부른다. 제갈량은 「계자서」에서 “담박(澹泊)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고요하지 못하면 먼 곳에 이르지 못한다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라고 가르치고 있다. ‘담박’이란 깨끗하고 고요함을 유지해 스스로 담담함을 유지하는 경지를 뜻한다. 이 ‘담박’이라는 말을 오늘날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사성어중의 하나이고 이 「계자서」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국역사상 최고의 지혜로운 인물인 제갈량도 담백함이야말로 뜻을 명료하고 밝게 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덕목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는 담담해야 한다
 
회사 내에서도 항상 문제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바람 잘 날이 없다. 제품의 수급문제, 공급한 제품의 품질 클레임, 고객의 끊임없는 요구, 직원의 실수, 본사와의 이견 조율 등 매일 해결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생긴다. 임원이 해야 할 일은 모든 상황과 그 내용들을 취합하여 판단한 후 부하 직원에게 다음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다. 만약 부하 직원들이 들고 오는 문제에 같이 휩쓸려서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결국 그 부서 전체는 혼란스러워지고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된다.
리더가 자칫 오류를 범한다면 그것은 무엇 하나라도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기 쉽다. 혹시라도 본인의 결정으로 결과가 잘못되었을 경우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 때문에 마음이 탁해지는 것이다. 판단의 과정은 담담해야 한다. 맑아야 한다. 버릴 것이 무엇인지 판단 하고, 스티브 잡스가 얘기했듯이 집중의 과정은 수도 없이 ‘No’를 외쳐야 한다. 그러면 주어진 회사의 가용 자원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다음 계획이 선명하게 가닥이 잡힌다. 방향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임원을 ‘디렉터(Director)’라고 하는 것이다. 즉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인 것이다. 디렉터가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이 바로 ‘담담한 마음’이다. 그리고 설사 그 걱정거리가 현실에서 벌어지더라도 생각만 하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걱정거리는 더욱 커져서 두려움까지 크게 만든다. 문제의 당사자와 직접 부딪혀 보면 생각보다 그 심각성이 덜 하고, 쉽게 문제 해결이 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상상 속의 공포는 현실의 공포보다 더 큰 법이다. 따라서 머릿속으로 고민을 담고 번민하기보다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행동으로 부딪치면 문제의 해결점을 만날 수 있다.
지난 회사에 있을 때 삼성전자에 들어갈 반도체용 용제의 원료가 본사인 네덜란드 공장에서 바닥이 난 일이 있었다. 고객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늘다 보니 생산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그로부터 6개월간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6개월간 한 톨도 공급을 할 수 없다고 고객에게 밝히는 것은 감히 입이 떨어지지 않을 위중한 일이었다. 그러나 고민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고 어쨌든 사실을 밝히고 서로 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차선의 옵션을 정리해서 고객사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기 시작했다. 고객사는 처음에는 황당해했지만 현실이 현실인지라 같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객사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비해 플랜 B를 준비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걸렸지만 생각보다 쉽게 해결점을 찾아 결국에서는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앙으로만 생각되어서 온통 탁하게만 보였던 상황이 회피하지 않고 부딪쳐 행동으로 옮기니 결국은 맑아지고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아웃사이트 : 변화를 이끄는 행동 리더십 Act like a leader, think like a leader』을 펴낸,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조직행동론 교수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는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이트를 넘어서는 아웃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인사이트는 사람들의 머릿속, 직감, 과거의 행동 등에서 비롯된다. 반면 아웃사이트는 밖에서 얻는 것으로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얻어지는 통찰력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내가 몰랐던 것은 항상 밖에 있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내 안의 지식과 외부의 새로운 것이 부딪히며 답을 찾는 과정이 작동한다.
무엇이든 나서서 행동하라. 그러다 보면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생각의 틀이 넓어진다. 리더십이 나온다.
 
팔이 닿는 일인지 분별하라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고 총명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이다.
내가 개인사업을 할 때에 1996년 영국에서 광우병이 처음으로 터졌다. 그런데 나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우골분(소뼈가루)을 수입하여 식품회사에 공급하는 것이었는데 불운하게도 원산지가 영국이었다. 그 뉴스가 나가자마자 모든 고객들이 발 빠르게 그 원료사용을 전면 중지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사업 자체가 바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깔끔하게 사라졌다. 내 개인적으로는 내가 왜 그런 상황을 맞아야 하는지 억울하고 납득도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사업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쫓아 다니면서 우리 제품은 1000’C에서 3시간 동안 회화시키기 때문에 광우병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다녔지만 결국 아무 소득 없이 상황은 종료되고 말았다. 사실 먹거리에 관한 한 조금이라도 건강과 관련해 미심쩍은 부분이 생기면 소비자는 실제 위해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을 떠나 주저 없이 등을 돌린다. 소비자에게 먹거리는 매우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의 우골분 사업을 다시 회생을 시키느냐 마느냐는 이미 나의 능력 밖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만일 이 문제에 내가 계속 매달린다면 이것은 너무 어리석은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이미 엎질러진 물인 줄 알면서도 자꾸 매달리게 된다. 그 부분에서는 빨리 손을 떼고 감당할 수 있는 내 능력 안의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감정적으로 그게 잘 안 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팔이 닿지 않는 영역의 것을 취하려 계속 헛스윙을 하면서 힘을 빼다가 결국은 탈진해버린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해내는 것이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 팔을 뻗어서 움직일 수 있는 가능한 일에 집중한다면 그 일은 애초에 만났던 한계를 넘어서 파장을 만들고 나의 영역이 아닌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전혀 의도치 않았던 곳에서 의외의 선물을 받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내 영역과 범주를 벗어나 있는 것이라면 때로는 시간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어쩌지 못할 문제를 가지고 머리를 쥐어 뜯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시간에 맡기고 경과추이를 관찰하면서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근육을 키우기보다는 뱃살을 줄여라
 
몽골제국의 초기공신이었던 야율초재란 인물이 있다. 원래 요나라 사람인데 칭기즈칸과 오고다이칸 2대에 걸쳐 재상으로 봉직했다. 그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야말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다. 야율초재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함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제거함만 못하다'는 정치철학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사업이나 제도를 시작해서 백성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보다 원래 있었던 것 중에서 해로운 일, 필요 없는 일을 제거하는 것이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상당 부분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내 몸을 위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술을 즐겨 하던 내가 요즘 술을 자제하면서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좀 오래 앓고 있었던 왼쪽 어깨의 석회건염이 많이 호전되면서 어깨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지고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 그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술을 자제한 것뿐이었다. 그전에 약도 많이 먹고 주사도 맞아 보았지만 어느 수준까지만 좋아지고 그 이상은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느낀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상’에 관한 일화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조각하기 위해 사용한 대리석은 조각에 적합하지 않은 돌이었다고 한다. 그 돌이 앞서 여러 훌륭한 예술가들 손에 넘어가기도 하였지만 모두 조각하다 중도에 포기하였다고 한다. 그런 돌을 가지고 최고의 걸작품을 조각한 미켈란젤로에게 놀란 사람들이 그 비결에 대해 물었다. 미켈란젤로가 답하기를 “나는 돌 속에 갇혀있는 다비드를 보고 불필요한 부분만 제거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안에도 멋진 다비드의 모습이 있는데 불필요한 것들로 가려져있는 것은 아닐까? 자기비하, 회의,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 불필요한 걱정, 조바심 등의 부정적인 것들을 걷어내면 멋진 온전한 자신이 있다. 이러한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도구가 담담한 마음이다.
 
알아야 단순해질 수 있다.
 
공부를 하는 것은 지식을 쌓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식을 정제하고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모르면 표현할 때도 복잡해진다. 내가 20대 후반에 미국 다국적기업의 한국 법인에 다닐 때의 에피소드다.
매년 봄에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다. 회사직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가족까지도 초대 대상이었다. 어느 해 봄에 송추의 무슨 유원지를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디밭에서 미국인 직원의 가족들을 포함해서 몇 사람들이 같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는데 누군가 셔틀콕을 강하게 치는 바람에, 근처에 있는 간이천막 지붕위로 올라갔다. 나는 천막 안쪽으로 들어가서 셔틀콕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려 장대로 천장을 쳤고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 나는 영어로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는데 영어단어를 조합해서 말하려 하자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했다. 지붕인 roof, 배드민턴 공인 shuttle cock, 떨어지다인 fall, 바닥인 ground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옆에 있던 네다섯 살 먹은 꼬마가 한 마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키는 게 아닌가. 그 꼬마가 한 말은 단지 “It’s off!”였다. 우리 말로 하자면 “분리됐어” “떨어졌어”의 의미일 것이다. 나는 속으로 허망하고 겸연쩍었다. 영어실력이 부족할 때 영어표현이 복잡해진다. 우리나라 말도 말하려고 하는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 말이 장황해지지 않는가.
GE의 잭 웰치 전임회장도 자신의 책상에 올라오는 모든 서류는 한 장을 넘기면 안 된다고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수백억 달러가 넘는 투자 건도 한 장의 보고서만 검토하고 의사를 결정했다. 스티브 잡스는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기는 쉽다.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것은 중간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고수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본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부수적인 것과 군더더기들은 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잘 알아야 분별할 수 있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지인들의 자제가 결혼 적령기이거나 그 나이에 근접하다 보니 요즘 모임에 나가면 결혼식과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요즘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싼 호텔 식사 비용을 감안할 때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혼주에게 민폐가 아닌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몇 사람은 그냥 축의금만 내고 식사는 하지 않고 나온다고 했다. 혼주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배려라고 했다. 하객 입장에서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 축하의 마음과 인사를 전하는 것 이전에 불필요한 심적 부담을 갖게 되고 혼주 입장에서도 큰 재력이 있지 않는 한 호텔 결혼식 비용을 감당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호텔에서 하는 화려한 결혼식을 많이 가보았지만 크게 기억이 남는 결혼식은 없다. 사람들로 붐비고 혼주들도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기 힘들다. 어떤 경우에는 식사할 자리도 없어서 그대로 오는 경우도 있고, 혼주에게 눈도장만 찍고 빠져 나오기 급급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집착하다 보니 결혼식의 규모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은 매우 피곤하고 가엾은 일이다. 사람들은 나한테 큰 관심이 없는데 나 혼자서만 타인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기만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놀러 가서 찍은 사진을 볼 때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먼저 찾지 다른 친구가 얼마나 잘 나왔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나 지인에게 때로는 아쉬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떠했는가?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무척 고민하고 주저하다가 어렵사리 만난다. 만나서는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가 결국 말을 꺼냈는데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오는 말이 생각보다 모욕적이고 자존심을 심하게 긁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잠도 못 잔다. 크게 상처를 받고 두고두고 마음속에서 잊지 못한다. 그런데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 그 사람을 만나 그 때 이야기를 해보면 상대방은 전혀 기억을 못한다. 그 사람은 소금쟁이 물위 걷듯이 아무 느낌의 무게를 두지 않았는데 나 혼자 스스로 끙끙 앓고 힘들어한 것이다.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내 또래의 남자가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가 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개의 시간을 집에 있는데 주중에 택배기사가 배달을 위해 집에 오게 되면 안방으로 숨는다고 한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택배기사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나 역시 퇴직을 하고 집에 있으면서 주중에 음식물쓰레기나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것이 내 일이 되었는데,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자격지심이 들었다. 30여년을 항상 어딘가에 출근하려 아침마다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집에 있게 되니 한동안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내가 가진 위축감은 부질없는 것이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가엾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늦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기로 마음먹고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이고, 이제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담담해져야 한다. 과거의 생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당한 모습으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지위를 가진 누군가로서 살아오다가 레테르가 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자신으로서 살아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타이틀을 달고 다닐 때에만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자연인으로서자신은남들로부터숨고싶은하찮은존재가되어버린것이다. 허울일 수 있는 껍데기에 가려진 ‘나’가 아니라 껍데기를 벗어버렸을 때의 온전한 자아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맑아져야 한다. 담담해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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