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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29 15:48 조회1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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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관찰기
서돈영(농화학63)
 
소나무 언덕의 아파트 양지바른 땅에 야생화를 가꾼 지가 벌써 15년이다.
봄에는 매발톱, 하늘매발톱, 붓꽃, 피나물, 은방울꽃, 둥굴레, 처녀치마, 노랑꽃창포, 제비꽃의 일종인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종지나물, 아프리카 카나리아 섬이 원산지인 마거리트, 이웃 할아버지가 사다 심은 금낭화, 여름에는 범부채, 참나리, 하늘말나리, 중나리, 꽃창포, 큰금계국, 큰까치수영, 벌개미취, 가을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등이 핀다. 봄에 피는 제비꽃, 흰제비꽃은 종지나물 세력에 도태되어 버렸다. 늦가을까지 피는 것은 쑥부쟁이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어 은행나무가 많이 자라 봄꽃은 잘 핀다. 여름 꽃은 그늘이 많아 10여 년 전부터 잘 피지 않고 드문드문 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직장에서 퇴직 하고부터 북한산, 도봉산, 남한산성 등 산행할 때마다 야생화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자연공원법에 의하면 씨앗 채취도 불법이다. 올림픽 공원에서도 직원의 허락을 받고 씨앗을 틈틈히 채취했다. 첫해에는 2 평정도 씨앗을 뿌려 해마다 조금씩 넓혀나갔는데 10평 정도가 되었다. 새싹은 함께 올라오는데 어떤 꽃은 봄에 피고, 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같은 국화과 식물인 개망초, 구절초, 마거리트는 새싹이 돋을 때 구분이 잘 안되어 개망초로 오인해 야생화를 뽑아 버리기도 하였다.
 
개망초는 조선시대 말기에 철도 침목을 수입할 때 유입되었다고 하는데 나라가 망하는 시점이라고 그렇게 이름이 붙여져 이름에 상처를 안고 산다. 피나물과 금낭화 등은 씨앗을 뿌려도 잘 발아하지 않는다. 가을에 파종해 겨울 차디찬 기간을 거쳐야 되는 저온처리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도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자연과는 환경이 많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다.
식물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봄이나 초여름 사이에 꽃이 피는 식물로 이를 장일성(長日性)식물이라고 한다. 다른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에 꽃을 피우자는 것이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늦여름이나 가을 사이에 꽃이 피는 식물을 단일성(短日性)식물이라고 한다. 식물의 성장단계가 완료되면 언제든지 꽃을 피우는 중일성 식물도 있다. 단일성인 들깨 재배농가는 비닐하우스에서 계속 잎을 수확하기 위해 야간 일시조명을 하여 꽃대가 못올라 오게 한다. 또 한해살이 풀, 두해살이 풀, 여러해살이 풀 등 식물 생태도 여러 가지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백두산까지의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한다. 분단으로 백두산까지 갈 수 없으니 남방한계선 아래 고성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산행이라 한다. 거리는 800km쯤 되나 들머리, 날머리 길을 합치면 1,500km쯤 된다. 52개 구간으로 나누어 매주 주말 산행하면 1년에 마칠 수 있으나, 여유 있게 산행을 하면 2~3년 걸리게 된다.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야생화는 수천 종이나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이룬다. 경남 함양군 영취산 산 능선을 따라 4월 이른 봄에 군락을 이루어 피는 노랑제비꽃 모습이 아름답다. 전북 장수군과 경남 거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무룡산을 7월에 오르면 여름 햇빛에 무리지어 피는 노랑원추리가 산자락을 물들인다. 5월에 강릉시 옥계면 석병산에 가면 고개 숙여 핀 보라색 얼레지 꽃의 군락지가 감탄을 자아나게 한다. 백두대간의 금대봉 산줄기 서쪽 능선에는 검룡소라는 한강의 발원지가 있다. 봄에는 ‘꽃의 화원, 이라는 별명이 붙은 야생화 천지가 있다. 산행 일정상 겨울에 물푸레나무로 만든 설피(雪皮)를 신고 눈 속 산행을 하게 되었다. 다음 해 봄철 답사한다는 것이 매년 연기하다가 결국은 못하고 말았다. 무릎도 아프고, 한번 지나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백두대간의 점봉산 능선 아래는 ‘천상의 화원’이라는 야생화 천국이 있다. 곰배령은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곰배령으로 가는 강선마을 입구의 묵정밭에는 나도 야생화에 끼워달라고 시위를 하듯 개망초가 흐트러지게 피어 있다.
강선계곡을 따라 곰배령에 이르면 희귀한 꽃을 많이 볼 수 있다. 5년 만에 한 번 모습을 보인다는 조릿대의 검은 자주색 꽃이 핀 모습도 5~6월에 볼 수 있다. 꽃이 핀 다음 지상부는 죽고 없어진다.
 
서울 근교 산에서 제일 많이 눈에 띠는 나무는 때죽나무, 쪽동백, 생강나무, 누리장나무다. 때죽나무는 봄에 흰꽃이 피는데 열매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 녹색 열매가 회색빛 도는 흰색으로 변할 때 짓찧은 껍질을 개울물에 풀면 물고기를 기절시켜 떼로 죽는다고 하여 때죽나무다. 쪽동백나무 꽃은 때죽나무와 비슷하나, 잎이 다섯 배 정도 더 크다. 동백기름이 아낙들의 머리손질에 쓰였는데 쪽동백 열매 기름도 동백기름이 부족할 때 머릿기름으로 쓰였다.
 
초록색으로 휘감는 5월의 도봉산, 북한산에 야생화를 찾아 산행을 하다보면 들머리부터 흰털 가슴에 검정색 넥타이를 목에 맨 박새, 나비 넥타이를 맨 쇠박새, 검정색 머리꼭대기에 검정 깃털을 장식한 진박새의 재잘거리는 울음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산의 정상에 가까이 이르면 산에 자주 다니는 산꾼들이 붙인 이름인 저승새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도 있다. “홀딱 벗고, 저승 가세, 홀딱 벗고, 저승 가세” 멜로디가 그럴듯하게 그렇게 들린다. 5월 상순에서 8월 상순까지 찾아오는 철새이며 탁란(托卵)을 하는 검은등뻐꾸기의 노래다. 경계심이 강해 사진 촬영이 어려우며 접근만 하면 날라 가버린다. 탁란을 당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 휘바람새, 쇠유리새, 개개비, 종다리, 등은 번식에 제한을 받기는 하지만, 뻐꾸기가 떠난 후에 다시 알을 낳아 번식하게 되므로 개체 수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또 얌체 뻐꾸기라도 아름답고 신비스런 노랫소리를 들려주니 위탁 양육비는 내는 셈 이다. 8월 상순 이후에는 남쪽 지방으로 날아간다. 시인 임보는 그의 시집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에서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첫차 타고, 막차 타고
혼자 살꼬, 둘이 살꼬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라며 그 새의 울음소리를 표현하였다.
 
북한산의 구기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승가사로 가는 계곡의 승가사 입구 구기삼거리 부근에 수십 년 된 누리장나무가 있다. 식물 전체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잎을 조금씩 떼어서 냄새를 맡으면 누린내가 난다고 하는데 나는 어릴 때 먹었던 원기소 냄새가 난다. 8월 누리장나무의 꿀과 꽃가루를 좋아하는 제비나비가 승가사 입구 누리장나무에 무리 지어 날라든다. 호랑나비와 제비나비는 산초나무, 초피나무 잎에 산란하며 애벌레로 자라 번데기로 변하여 월동한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우화하여 성충으로 태어나 춤추며 날아다닌다.
 
자연은 아름답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은 “자연은 신의 의상이다”라고 《의상철
학》에서 말하였다. 나는 산행을 하면서 신의 의상을 접한 탓일까 생명의 힘과 신비를 느낀 탓일까, 산행 후에는 늘 상쾌한 기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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