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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 KOREA No.1 FRAXINUS, 물푸레나무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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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2-24 15:28 조회1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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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탐방)     KOREA No.1 FRAXINUS, 물푸레나무처럼 산다
 
이경준(임학63) 모교 명예교수
 
국내 임학계 최고 권위자이신데 임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1962년 봄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식목일을 즈음하여 라디오에서 우연히 현신규 박사님(당시 서울대 임학과 교수)께서 당시 전국의 산이 극도로 헐벗어서 산사태, 농지 매몰,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해서 나라가 심각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저는 공과대학에 진학하여 공업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생각하다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를 발견함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안 식구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임학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동안 미력이나마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기여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임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산에 자주 가면서 지금과 같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군대에서 위생병으로 3년 동안 병원에서 근무했는데,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인체생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미국 유학시 남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수목생리학을 전공하였고 송이버섯과 같은 토양 곰팡이와 나무뿌리와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균근(菌根, mycorrhiza)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야생 수목은 균근을 형성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합니다. 수목생리학은 나무가 자라는 원리를 연구하는 이론적인 학문이지만, 균근처럼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과 관리법을 다루면서 수목관리학과 수목의학 분야를 남보다 먼저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1999년 서울대에 수목병원(현재는 식물병원)을 최초로 설립하고 초대 병원장을 맡았습니다. 이제는 생리적 피해에 해당하는 “비전염성병”을 일으키는 요인, 진단, 방제 등을 연구하면서 조경수 관리자와 나무의사 후보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산림정책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며 나무와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산림정책연구회는 1971년에 설립되어 정재설 전 농림부장관이 초대 회장을 역임한 정부의 산림정책에 관하여 자문하는 연구기관입니다. 과거 한국의 성공적인 산림녹화는 20세기의 기적이라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 국민이 가난을 극복하면서 열심히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발전, 민주화, 국토녹화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나라는 한국 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귀중한 경험을 후세에 역사로 남기기 위해서 산림녹화 관련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효율적인 산림행정 거버넌스(governance)가 숨어 있으며, 농민들이 마을단위로 송계(松契)를 만들어 숲을 보호하고, 산림계(山林契)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연료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무를 심었던 ‘민초 조림’은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회는 문화재청을 통해서 산림녹화 기록물을 UNESCO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농촌에 숨어 있는 관련된 기록물들을 지금도 수집하고 있으며, 이 기회에 동문들의 도움을 청합니다.
 
‘관악 에코캠퍼스 투어’ 등 강의활동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전국 산이 우거지면서 새로운 산림문화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등산, 산림욕, 산림치유, 산악스포츠 뿐만 아니라 숲 해설, 숲길 안내, 유아 숲 활동입니다. 숲 해설과 숲길 안내는 현재 주로 국립 및 도립공원,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 숲, 사찰림 등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퇴임 전부터 산림자원학과의 “숲과 인간” 교양과목에서 캠퍼스 숲 해설을 담당했습니다. 3년 전부터 관악캠퍼스에서 “에코캠퍼스 투어”를 농생대 학술림 주관으로 하고 있는데, 제가 숲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느티나무가 왜 학교 교목(校木)으로 지정되었는지, 왕벚나무와 사쿠라는 서로 다른 나무인지, 앙증맞은 “미스김 라일락”은 어떻게 이름이 붙었는지, 은행나무가 왜 꼬리 달린 정자를 가지고 있는지, 소나무와 이순신 장군의 전승 비결, 등 궁금증을 풀어 줍니다. 반응이 좋아서 외국인 교직원을 위해서 영어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연건동 대학병원과 분당 암병원에서 암환자 중에서 회복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확대해서 진행 중입니다. 아마도 국내 최초의 대학 캠퍼스와 병원 숲 해설일 것입니다.
 
임학 관련 저술활동도 활발 하시다고 들었습니다.
1993년 “수목생리학”을 단독 집필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책이었는데, 그 동안 3차 수정판을 내면서 25년간 교재와 해설 도서로 전국에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조경수식재관리기술”을 집필했습니다. 이 두 서적은 현재 누적 판매량이 도합 3만 부를 넘어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전공도서 중에서 스테디셀러로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공로가 인정되어 2007년 농생대 교육상을 수상했습니다. 2013년에는 “Successful Reforestation in South Korea"를 발행하여 현재 Amazon에서 판매 중입니다. 이 책은 “한국의 산림녹화, 어떻게 성공했나?”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발행(기파랑, 2015년)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수목의학”을 국내 최초로, 2018년에는 “문답으로 배우는 조경수관리지식”을 발행했는데, 요즘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 밖에 산림과학개론(대표저자), 한국의 산림녹화70년(대표저자), 산림생태학(공저), 조경수병해충도감(공저) 등도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시는 나무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단연코 물푸레나무입니다. 제 이메일주소가 이 나무의 학명인 fraxinus 입니다. 물푸레나무는 어린 가지의 껍질을 벗겨 물속에 넣으면 푸른색이 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늘에서 서서히 자라는 전형적인 음수(陰樹)인데 대기만성형의 나무로서 어릴 때에는 생장이 느려서 눈에 잘 띠지 않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살면서 힘을 길러 나중에는 큰 재목이 되는 나무입니다. 인생을 이런 식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자는 결국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미국에서 야구방망이는 모두 물푸레나무로 만듭니다. 그만큼 충격 흡수 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도리깨를 반드시 물푸레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고급 제기(祭器)와 조각품을 물푸레나무로 만듭니다.
 
현신규 박사님의 제자로 그 분의 일대기 ‘산에 미래를 심다’를 발간하셨는데 박사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요?
현신규 박사님은 국내 제1호 임학박사 학위(일본 구주대학)를 받으신 육종학자로서 리기테다소나무와 은수원사시나무 같은 세계적인 신품종을 만들어 과거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입니다. 평생 임목육종에 혼신의 힘을 쏟으셔서 학자의 본보기를 보여주셨으며, 스승의 사표가 되신 분입니다. 그 분이 남기신 교훈 중에는 “너의 천직(天職)이 무엇인가 알고자 하거든 우선 지금 너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일본의 유명한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은 가르침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생을 보람 있게 살기 위해서 무슨 직업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귀한 조언입니다.
 
남북경협이 유달리 강조된 2018년이었습니다. 북한의 산림녹화 성공을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우리는 과거에 산림녹화에 성공했습니다. 남한은 귀한 경험, 지식,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발전을 하면서 이룬 성과입니다. 지금의 북한 사회는 여러 면에서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우리의 경험을 그대로 전수하겠다고 한 수 가르쳐 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북한의 가난한 농민들이 더 급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산사태를 막는 것이 시급하지만 시간이 걸리며, 그들에게는 식량이 더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식량과 소득에 직결되는 나무를 먼저 심으면서 치산녹화를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농촌연료를 자급자족하도록 연료림(燃料林) 조성을 돕고, 밤나무와 블루베리 같은 단기소득용 나무를 심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신지요?
지금 시도하고 있는 산림녹화 UNESCO기록유산등재를 꼭 성사시키고 싶습니다.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 임업인의 자존심이며,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국격을 높이는 의미 있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산림청에서 퇴임한 공무원들과 함께 자원봉사 차원에서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연세가 더 많은 선배들이 매일 홍릉으로 출근하면서 헌신적으로 산림녹화 기록물을 수집, 분류, 등록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요?
1960년대 초 수원시 탑동에 있었던 탑일야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농촌 어린이들을 가르쳤습니다. 2년간의 단기 야간중학교였는데, 서울고등학교와 이화여고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학교입니다. 탑동의 4-H 회관을 빌려서 매일 저녁 3시간씩 가르쳤습니다. 학생들은 마룻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긴 평상의자를 책상으로 사용했으며, 석탄이 없어서 학생들이 주어온 솔방울을 난로에 때기도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선생들은 대학 시절 적은 용돈을 쪼개서 학교 빼지를 만들어 주어 배움에 굶주린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일부 졸업생들은 야학교 졸업장을 정식으로 인정받아 선경합섬(SK그룹 전신)에 취직하기도 했습니다.
 
사시면서 꼭 지키는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평소에 저는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큰 아들이 중학교 들어가면서 가훈을 새로 정했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참되게 살자”라는 평범하면서도 인생의 기본이 되는 덕목을 길잡이로 삼았으며, 매사에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가르쳤습니다. 요즘 지구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물자와 에너지 절약은 우리 모두의 가장 중요한 실천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가용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숲을 살리기 위해서 매일 손수건을 가지고 다닙니다.
 
후학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젊을 때의 고생은 돈을 주고라도 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집안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었지만, 가정교사를 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갔습니다. 장학금을 받았으나 미국행 항공권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고생했으며, 미국에서도 나름대로 절약하면서 결혼하고 두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 고생이 축복이 되어 모교에서 교수로 봉직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동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숲은 어디인가요?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시 “홍릉수목원”입니다. 이 숲은 고종의 왕비 명성왕후가 1895년 시해당한 후 20년 이상 묻혀 있었던 곳입니다. 지혜로운 명성왕후의 넋이 깃든 곳으로서 20세기의 격변기에 잘 보존되었던 숲이며, 지금도 국립산림과학원이 수목원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에 북한 식물을 제외한 2,0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서울과 근교를 합쳐서 가장 아름답고 학술적 가치가 큰 수목원입니다. 사계절 꽃과 숲의 다양한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좋습니다.
 
가족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내자, 안명희는 저와 결혼하기 전 인천공전 응용미술과 교수였는데, 결혼 후 시부모 봉양과 두 아들 교육을 위해서 직장을 포기하고 평생 온 가족을 돌보았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내자의 희생과 봉사로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제가 책을 발간할 때마다 모든 삽화를 직접 그리고 포토삽으로 사진을 교정해 주었습니다. 잘 자라주었고 다섯 명의 귀여운 손자와 손녀를 안겨준 아들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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